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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긴긴 여름을 보내고 조회수 : 818
  작성자 : 정혜영 작성일 : 2013-09-12




15년을 동거동락 하던 친구들 

나의 무지로 인해 빼빼 마르고 크지도 않고 비실비실

죽어가기만 하던 나무들이 새롭게 분갈이를 하며

관심을 가지고 물을 주었더니

요즘 생기가 돈다.

 

다시 꽃이 피고 마른가지에 새싹이 움튼다.

단지 관심과 사랑, 물과 비료말고는 내가 해준거라곤 없다.

나무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고

단지 내마음이 바뀌었을 뿐이다.

 

긴긴 여름을 보내고 지치고 얼마나 목말랐을까....

말못하는 목마른 나무들을 돌보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오랜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사랑하고 새롭게 사랑하고

계속 사랑하고......

 

하룻밤 지나고 나면 커지려나...

하는 기대감ㅋㅋ

그러나 하룻밤새 쑥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물을 주며 알았다.

오랜 기다림, 기다림...

끝에 싹이트고 잎이 조금씩 조금씩 커진다.

 

성질급한 나는 자라지 않으면

어느날 쑥 뽑아보기도 한다.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 놈에겐

슬쩍 미안한 생각이 들어

다시 미소를 머금고 살포시 심는다.

 

그러나 습한 여름을 이기지 못하고

뿌리가 시커멓게 썩어버린 것은 어쩔 수없다..

아무리 좋은 햇빛과 물이라도 말이다.

 

하늘 아버지의 변함없는 사랑......

때로는 썩고 시들고 꽃을 피우지 않아도

변함없이 언제나 사랑하시는 그분........

 

나는 애태우며 눈에 보이는 것에 급급한

바보같은 내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미 그들은 소리없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메마른 흙에 물을 주어 흡수하는 일도

따스한 태양빛이 비춰져 광합성이 일어나는 일도

내게 속한 것이 아니다.

나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뿐이다.

 

오직 아주 작은 그 일

내게 맡겨진 일에 기쁨으로 충성할 뿐이다.

싹이 틔어지면 환호하고 기뻐하며 행복해 하면 된다.

 

오늘도

나는 그래서 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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