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중독.. | 조회수 : 853 |
작성자 : 김상언 | 작성일 : 2012-03-03 |
담임목사님께서 중독 설교 중 선친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을 때 저역시 십칠년 전에 돌아가신 나의 친정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장손의 부담감과 주위 친척들의 상속에 대한 협박 속에서 힘들었고, 호방하고 운동 잘하는 멋진 학생으로 고등학교때 학생회장을 하는 등 많은 친구들과 잘 교제하며 학창시절도 잘 보냈지만, 고등학교도 친척의 도움으로 다녔기에, 대학에 붙고도 입학금을 마련하지못해 학업을 중단하셔야 했던 좌절, 젊은시절 노이로제 때문에 장거리 차를 타지 못하셨고 항상 마인드컨드롤로 명상을 하셔야만했고, 약을 드셔야했던 아버지. 아내의 종교인 카톨릭세례를 받았고 주일에 항상 주님 앞에 섰지만 자신의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기에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항상 자신을 나약함속에 무너지도록 내버려 두셨던 아버지.. 대기업에 입사해서 윤택한 생활로 가족을 안정되게 했지만 인간사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 세아이의 가장이었지만 회사를 퇴사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 그리고 택한 사업이 연탄과 석유를 겸한 배달업.. 말이 사장이지 오토바이를 타고 기름을 배달하며 항상 뭔가 삶에 찌들려있었던 아버지.. 고향으로 이사가려던 설레임도 가졌었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딸의 반대에 부딪혀 이루지못했던 일. 여러가지 어쩌지 못하는 마음 속의 헛헛함 때문에 항상 술을 옆에 두셔야만했던 아버지..
나의 궁금증은 왜 아빠는 여우같은 이쁜 마누라와 토깽이같은 이쁜 새끼들이 옆에 있는데도 저렇게 외로워하실까?였습니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난 큰딸 손만 잡아주면 죽을거야’를 밥먹듯이 말씀하시며 막내딸인 제 마음에 서운함을 남기시더니 결국 아버지는 큰딸을 결혼시키고 6개월뒤에 정말 꿈같이 3일 앓으시곤 엄마에게 ‘애들이랑 잘살아’하시고는 알콜성 간경변으로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셨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하나님을 알고도 자신의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채 일평생 외로움과 싸우다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전 술을 잘마시는 아버지를 닮아 젊은 시절부터 술이 좋았습니다. 혼자서도 술을 마셨습니다. 남편은 아마도 결혼하고 나면 제가 막연히 끊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눈치까지 봐가며 술을 마셔야했던 전 더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믿음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교회에 다니면서 제가 술을 마시는 건 저에게 있어 아무에게도 말못하는 비밀이었습니다. 남편이 싫어하는 줄 알지만 애써 남편의 따가운 눈빛을 외면했습니다. 딸아이가 커가면서 딸의 눈치가 보여 몰래 술을 사고, 숨기고, 아이가 자면 몰래 꺼내 마시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서울에 있던 남편과 2년 반동안 떨어져 살면서 더 심해졌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치달아가는 절 발견하고는 겁이 났습니다.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년쯤 전인가 목사님께서 설교 중 술마시고 담배피면 믿음이 없고 새벽을 잘깨우며 은혜받았다면서 삶이 손가락질 받으면 은혜로운 건가에 대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중독에 대한 죄의식을 갖지말고 하나님께 집중해서 은혜를 받으면 중독이 저절로 없어진다 뭐 그런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은혜를 못 받은 거 였구나. 그다음주 목장에서 술을 끊을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라고 기도제목을 냈습니다. 폭탄선언이었던 셈이었죠. 그리곤 한동안 술자리엔 가지 않고 회식때도 되도록 밥만 먹고 얼른 나오며 술을 피하는 의지적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은혜는 나의 의지적 결단이 있어야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시기가 지나자 술이 있어도 마시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마음에 자유함이 생겼습니다. 다들 기도를 빡시게 해주셨던 것같고 저의 긴 숨김에 대한 내려놓음에 하나님은 응답하셨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생각했던 가장 큰 중독에 대해 자유함이 생겼는데도 한번씩 마음이 너무나 힘든 때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잘 대해주고 노력하고 친구들도 있고 자꾸 외롭다는 마음이 한번씩 절 짓누를 때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1월 중 어느 날 저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남편을 탓하며 크게 싸웠습니다. 가정에 잘하는데 아내는 항상 부족하다고 화를 내는 상황이니 남편은 힘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바람을 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그날 친정 언니가 저에게 교회가서 십자가를 생각하고 죄없이 죽으신 예수님을 바라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너의 힘듦이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겠니?라면서요.. 그때 저의 대답.. '싫어.. 그러고 싶지않아.‘
그래서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마땅히 갈 데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평생 외로움에 힘들어하셨던 아빠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빠를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에 경주공원묘지에 흙이 되어버린 아빠에게 꽃을 사들고 혼자서 갔습니다. 어렸을 때 마누라도 자식도 있으면서 외로워했던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던 전 그날 그 무덤 앞에 서서 그 외로움이 약간은 이해가 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50에 혼자된 엄마가 또다른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갔던 과정들이 막연히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난 왜 외롭지???
다음날 목사님이 말씀하셨던 유전자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난 아빠의 외로움타는 유전자를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나의 외로움이 중독인 거 같다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중독은 처음에 즐기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의지로 어쩌지못하는 단계가 되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요? 전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영화를 보러다니고 혼자서 사색을 하고 혼자서 산엘 다니고 혼자서 걷는 게 참 좋았습니다. 결혼전에도 혼자서 공연에 다니고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그러다 한번씩 그 혼자함이 좋지않고 외롭다라고 느껴지면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날 남편에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외로움도 중독이었던 것 같다고 그러니 내가 앞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덜하고 그 중독에서도 벗어나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이후에 남편이 제가 중독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더 마음을 써주는 게 느껴지니까요..
담임목사님은 큰 목장에 양떼를 치는 양치기 개입니다. 주님은 교회라는 목장을 주셨고 목자를 주셨고 전 양이고 떼로부터 혼자서 떨어져 헤멜때 마다 와서 짖어주는 양치기 개.. 너무나 훌륭하게 역할을 해서 목자가 안심하고 다 맡길 수 있는...
흐미..개에 목사님을 비유하니 어감은 좀 그렇네요.. ㅋㅋ 모든 목자목녀님들 우리 모두 훌륭하게 훈련받아 주님의 목장에 영특한 양치기 개가 됩시다.
"
전체댓글 0
이전글 : 나쁜습관 | |
다음글 : 100억짜리 미소. | |
이전글 다음글 프린트하기 | 목록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