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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중독 조회수 : 1085
  작성자 : 박현정 작성일 : 2008-12-11

중독

 

  아침마다 8시면 두 살 한겸이, 네 살 채린이, 5학년 병찬이가 딩동댕 유치원에 간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그 네모 상자 안에 오감을 집중하고 있다. 밥을 잘 안 먹을 때 딩동댕유치원이 협박의(?) 도구다. 아이들에게 딩동댕 유치원... 중독이다.

 

  올해 작은 숄이 유행하고 있다. 뜨개질을 시작했다. 마음 수양도 겸하고^^ 하나 해보고 싶기도 하고, 모티브 뜨기로 목에 한번 두를 정도로 자그마하게 짜서 채린이 엄마를 주고,,, 이젠 그만 해야지 했는데... ‘손이가요 손이가♪♫’... 앞의 것 보다 더 크게 또 하나 짰다. 뜨개질을 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틈만 나면 붙들고 앉아 있어야 한다. 어깨가 아프고 손마디가 아파도 하고 앉아 있다. 뜨개질 ...중독이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지금 뭐하는 지 궁금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별 것 아닌데 궁금하다. 자꾸 마음이... 생각이... 자꾸 그 쪽으로 날아간다. 사랑은 중독이다.

 

  기부 천사 김장훈... 자신은 전세에 살면서 인생에 집 자체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는 가수 김장훈... 여기 저기 어려운 곳, 필요하다는 마음이 오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서 돈을 기부하고, 몸으로 봉사하고... 섬김 중독이다.

 

  침을 묻혀 가며 책장을 넘긴다. 적막한 가운데 스르륵 스르륵 소리 내며 밤을 새며 동무하는 종이 소리... 수업 종소리도 못 듣고 글자와 놀고 있는 아이...세종을 만나고, 김홍도를 만나고, 빨강머리 앤을 만나고, 홈즈와 루팡을 만나고, 소냐와 라스콜니리코프를 만나고... 독서... 중독이다.

 

  어떻게 하는 건지 보려고 시험 삼아 몇 구절 써 본 것이 이름이 삭제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노트북에 몸을 의지하다 보니 어깨가 뭉치고, 세월은 좀 천천히 가지... 손가락 마디가 아파오고, 혈액 순환도 잘 되지 않고, 한참 하다보면 뻣뻣해져서 속도도 느려지고, 오타도 자꾸 생기고, 순간 눈도 침침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전에 보이지 않던 구절들이 보인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400년 만에 돌아올 것이라고 이미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창세기 15장) 등등,,, 자꾸 써야 한다는 강박^^ ...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의 목표량만 써야 하는데... 목표량을 채우기 쉽지 않다. 방학동안 시편을 쓰라고 시키려 했는데...내가 쓰고 있는 것을 본 작은 아들이 가세해서 서로 ‘오늘 목표해야 한다.’며 말한다. ‘성경 필사’ 중독이다.

2008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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