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홈  >  시민공동체  >  커뮤니티

 "

  제  목 : 인생의 반을 선교지에서 살아온 남아공 김영애 선교사의 이야기 I. 조회수 : 1175
  작성자 : 김영애 작성일 : 2010-08-03

 

1987년 남편과 함께 필리핀 선교사로 떠나 10년을 사역 한 후 지금은 남아공에서 꼬사 종족을 선교하고 있다여태껏 살아온 내 인생의 반은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까지가 반이고 나머지 반은 선교 지에서 선교사로 살아온 것이다.

 

20
대의 풋풋한 젊음은 도마뱀, 바퀴벌레, 고양이만한 쥐를 보고 적응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 같다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가을을 기다리며 고개 숙여 왜 슬픈지도 모르는 눈물을 소리 없이 발등에 뚝뚝 떨어뜨리며 습한 여름만 있는 시간 세계에 적응해 보려고 오래도록 홀로 서 있곤 했었다.



80년대의 필리핀은 잦은 정전으로 그나마 있는 선풍기 바람도 냉장고도 다 정지하고 나면 더워서 숨이 막히는 것 보다는 내 삶의 시간이 정지해 버리는 것 같아 가슴이 조여오는 고통을 느끼곤 했다.



나는 계절이 있어야 행복한 여자다어린 시절 봄이 오면움트는 새싹의 소리가 듣고 싶다며 아직은 추운 마당에 붉은 뺨을 하고 꽃밭에 귀를 대고 앉아있는 나를 아버지가 달래어 데리고 들어오시곤 했다

 

여름은, 할머니가 시뻘건 수박을 평상에서 자르시면 어머니는 얼음과 설탕으로 시원하고 풍성한 화채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누곤 했다수박화채와 함께 할머니의 으시시한 귀신 이야기에 추위를 느끼다 잠이 들면 신기하게도 내 방에서 눈을 뜨는 것이 행복했다.

 

가을은, 몸살을 앓듯 시집과 에세지집을 들고 들국화 만발한 캠프스에서 하늘을 머리에 이고 바람을 느끼며 뒷산의 단풍으로 마음까지 물들이곤 했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겨울은 음악과 함께 책을 쌓아놓고 읽다가도 눈이 오면 강아지 보다 먼저 뛰어나가 '감기'라는 손님과 함께 들어와 끙끙 앓곤했다.

필리핀은 3계절이 있다덥고, 무지 덥고, 참말로 더운 3계절이.....  그리고 계절이 없었다.

힘겨운 적응을 하고 있었건만 정전이 되면 옆집에서 발전기를 돌리며 소음과 공해를 만들어 내는것만큼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리벨레스라는 마을에 교회를 개척했을 때 에어콘도 있고 발전기도 한대 있는 근사한 교회를 짓는 꿈을 꾸며 기도의 열심을 내었다.  "네 입을 넓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는 말씀이 내 기도의 타이틀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양철 지붕에 외 벽돌, 유리 없는 창문의 교회를 지었다성도들과 함께....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 ? 마음에 불편함이 쌓여 기쁨을 잃어갈 무렵 나는 깨달았다.

그기서 불편해 하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라는 것을......

맹고 나무 밑에서, 나이트 클럽을 빌려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예배를 드리던 때에도 불편해 하던 사람은 나 혼자 였고습하고 고르지 않은 작은 땅을 사고 지극히 필리핀스럽게(?) 간단한 교회를 지었을 때에도 불편해 한 사람은 나 혼자였던 것이다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 한다는 것, 그들의 삶속에 어색하지 않게 내가 담겨지는것, 그들이 교회의 손님이 아닌 주인이 되는 것, 이 모든 것을 계획 하신 주님은 가난한 그들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으시고 그들 속에서 웃고 계시며 교회의 머리가 되시고 자신의 양들을 맑은 물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고 계셨다

 

가장 까탈스러운 양이 제 자리를 잡기를 기다리시며....... 

내가 꾼 꿈이 욕심이고 야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꿈을 꾸시면 비전이고 섭리하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설익은 선교사의 20대가 여물어 가고 있었다.

 "

전체댓글 0

댓글 쓰기0/1200
입력
  이전글 : 중등부 수련회 다녀왔습니다.
  다음글 : 중등부 수련회 사진 1 입니다
이전글 다음글          프린트하기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