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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유대인의 유월절 | 조회수 : 1702 |
작성자 : 김진호 | 작성일 : 2009-06-11 |
1.
유대력으로 니산월 그러니까 서양력으로 3월에서 4월 사이가 되면 이스라엘의 각 가정에선 한바탕 대 소동이 일어납니다.
마치 봄철 대청소라도 하듯이 가정 주부들은 주방의 식기들을 모두 꺼내서 씻고 또 남자들은 집안 구석 구석을 뒤지며 뭔가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청소를 하는 거냐구요? 물론 청소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집안에서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죠. 이들이 찾는 것은 바로 누룩입니다.
누룩은 술이나 빵을 만들데 사용되는 일종의 발효제인데요 쉽게 말해서 효모나 효소 또는 이스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누룩이나 누룩으로 만든 빵조각을 집안에서 찾아내기 위해 이런 난리 법석이 일어나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바로 서양력으로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에 있게 되는 유월절을 앞두고 행하는 일종의 해프닝인 것이죠.
오늘은 여러분께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명절인 유월절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월절은 일년중에 가장 먼저 지키는 명절이고 다른 명절보다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명절이기도 합니다.
유월절은 여러분도 이미 잘 알다시피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사건과 직결되는 명절입니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세가 바로왕과 벌이는 대결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이집트 백성들에게 내리는 10가지 재앙 중에 마지막 재앙인 애굽의 장자들을 죽이는 것과 관련되어 있죠.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것을 막자 하나님께서는 이집트 가정의 가장 큰 아들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죽이게 하는 엄청난 벌을 내리게 되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집 문설주에 양이나 염소의 피를 바름으로 이 엄청난 재앙에서 피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일을 기념하는 명절이 바로 유월절이죠.
유월절을 히브리어로 Hag Ha Peash 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Peash는 위로 넘어간다 또는 뛰어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영어로는 Passover라고 합니다 넘겼다는 뜻이죠. 장자를 죽이는 재앙에서 무사히 넘겼다는 의미입니다.
4백 30년 동안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엔 모세에 의해서 그곳을 탈출하게 되는 과정에서 하룻밤 사이에 이집트 전역에 내려진 하나님의 재앙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날의 기쁨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즐기는 명절이 바로 유월절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월절 전날에 이렇듯 봄날 대청소를 하듯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지며 누룩을 찾아내고 또 누룩으로 만든 음식들을 찾아내느라 난리 법석을 떠는 것일까요? 그것은 유월절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히브리어로 하그 하 마조트Hag Ha Mazzot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마조트란 효소가 들어가지 않은 빵 맛짜의 복수형 단어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워낙 급하게 나오다 보니 누룩이 들어간 빵을 가져 나오지 못하고 광야로 나온 다음 그곳에서 누룩이 없는 빵을 만들어 연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월절이 되면 누룩이 없는 빵 다시 말해서 무교병을 만들어 먹게 되는데 이것을 만들기 전에 집안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누룩을 찾아서 없애는 해프닝으로 이렇게 온 집안을 뒤집어 놓으며 대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이때 작은 장난도 칩니다
엄마는 일부러 방안의 구석에 누룩이 들어간 빵을 숨겨 놓고 아이들은 청소를 하면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죠. 누룩을 찾아 없애기도 하면서 청소도 하고 또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그런 행사에 참여하게 하는 것 이것도 일종의 유대인 엄마의 지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2.
출애굽기 12장 17절에서 20절에 보면
너희는 무교절을 지키라 이 날에 내가 너희 군대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었음이니라 그러므로 너희가 영원한 규례로 삼아 대대로 이 날을 지킬지니라
첫째 달 그 달 열 나흗날 저녁부터 이십 일일 저녁까지 너희는 무교병을 먹을 것이요
이레 동안은 누룩이 너희 집에서 발견되지 아니하도록 하라 무릇 유교물을 먹는 자는 타국인이든지 본국에서 난 자든지를 막론하고 이스라엘 회중에서 끊어지리니
너희는 아무 유교물이든지 먹지 말고 너희 모든 유하는 곳에서 무교병을 먹을지니라
이렇듯 출애굽기에는 유월절에 먹어야 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놓았고 그대로 행하지 않을 때에는 이스라엘과 결별시키겠다는 경고까지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바로 이 말씀에 따라서 글짜 하나도 틀림없이 그대로 따라서 실천에 옮기는 것이죠.
무교병은 아주 맛이 없습니다. 어쩌다가 한 조각을 먹는다면 그저 그런대로 먹을만 하지만 그것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다면 조금은 인내심을 가져야 할 정도로 정말 퍽퍽하고 맛이 없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월절에 바로 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죠.
그 퍽퍽하고 맛없는 무교병을 먹으면서 그 옛날 자신들의 조상이 이집트를 탈출해서 뜨거운 광야에 머물며 이 무교병으로 허기를 채웠을 당시를 생각합니다.
이렇게 누룩이 없는 빵을 집에서만 추방을 시키는 게 아닙니다
유월절 기간에는 이스라엘의 어느 슈퍼마켓에 가도 누룩이 들어가 있는 빵을 구입할 수가 없습니다. 이스트가 들어간 일체의 빵이나 밀가루 음식은 팔지를 않는 것이죠
심지어는 유월절 기간동안에는 그동안 집안에서 사용하던 식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누룩이 묻어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가정에는 유월절 기간동안에만 사용하는 식기들이 따로 준비가 되어 있는데요 그 식기들은 그 집안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것들로 사용합니다.
유월절에 먹는 것이 또 있습니다
겨자무라고도 하고 양고추냉이 라고도 불리우는 쓴 나물을 먹는 것이죠
이 말씀도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레위기 12장 8절에 보면 그 밤에 그 고기를 불에 구워 무교병과 쓴나물을 아울러 먹되 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효소가 들어가지 않은 빵에 양고추냉이를 집어넣고 우적 우적 씹어 먹습니다
안 그래도 맛이 없는 맛짜에 양고추냉이까지 중간에 넣고 먹게 되니 이거야말로 고역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로뎃Harodeth이라고 하는 아주 특이한 스프를 만들어 먹습니다
이 하로뎃엔 과일을 으깬 것이나, 꿀, 포도주를 섞어서 만든 것인데 그 색깔이 마치 벽돌색이라고 합니다. 그 옛날 이집트에서 조상들이 벽돌을 굽는 노예생활을 하던 때를 기억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죠.
그리고 구운 달걀을 먹기도 양의 정강이 뼈를 찜해서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월절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포도주입니다.
유월절 저녁 식탁에 온 가족이 앉게 되면 먼저 그 집안의 가장은 가족들에게 첫 번째 잔에 포도주를 딸아 주면서 출애굽기 6장의 6절에서 7절에 기록된 말씀을 이야기 해 줍니다.
나는 여호와라 내가 애굽 사람의 무거운 짐 밑에서 너희를 빼내며 하면서 한 잔씩 따라주면 가족들은 그 포도주 잔을 비우게 되구요
그 다음에 또 한 잔을 따라 주면서 역시 출애굽기의 말씀인 '그들의 노역에서 너희를 건지며' 라고 말합니다. 그럼 가족들은 역시 포도주잔을 마시구요
세 번째 잔을 따라주면서 '편 팔과 여러 큰 심판들로써 너희를 속량하여'라고 이야기하면 또 그 잔을 받아 마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잔에 포도주를 따라주면서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라고 이야기하면 역시 이 잔을 받아 마시죠.
이렇게 모두 온가족들은 네 잔의 포도주를 받아마시며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행한 일과 그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죠.
이렇게 유대인들이 유월절 저녁에 갖게 되는 만찬을 일컬어서 세데르 Seder라고 합니다.
3.
신약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눈물의 기도를 하기 전 마가의 다락방에서 12명의 제자들과 함께 만찬을 하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만찬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떡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 드디어 가롯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할 것을 예언하는 장면이 나오죠.
바로 이 식사가 유월절 세데르 였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유월절이 되면 이스라엘 각 지방에 살고 있는 유대인은 물론 이스라엘 밖의 다른 나라에서 살던 수많은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와 성전에서 진행되는 희생제사에 참석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성은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닙니다. 그런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유대인과 외국에서 살고 있던 유대인이 예루살렘 성안으로 한꺼번에 몰려들게 되는 유월절은 그야말로 대 축제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들이 먹고 잘 곳이 충분하지가 않았습니다. 여관도 많지 않았고 특별히 잠잘만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온 유대인들은 대개가 예루살렘 성 주변의 언덕이나 들판에 자리를 잡고 천막을 치고 유월절 기간을 보냈죠. 물론 다행히도 운 좋게 여관을 구했다 하더라도 그 안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동안은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렇게 찾아온 순례자들을 위해서 방을 내 주고 마당을 내 주고 옥상을 내 주고 심지어는 가축들이 지내는 우리를 빌려 주기도 했습니다.
예수님과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유월절 만찬을 할 만한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고 특히 제자들의 마음은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이때 예수님의 제자중에 한 사람이었던 마가의 집이 예루살렘에 있었는데 바로 그 집의 다락방에서 유월절 만찬 즉 세데르를 하기로 한 것이죠.
저녁 무렵에 시작된 유월절 식사는 떡과 포도주를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식사를 하면서 긴 대화를 하는 것은 그당시에 아주 흔한 풍경이었고 또 예수님께서도 역시 식사를 하시며 가롯 유다의 배반에 대한 중대 사실을 발표 하셨던 것이죠.
이런 식의 저녁 식사는 밤 12시나 새벽 한 시쯤 끝이 납니다.
그럼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 돌아가서 잠을 자기도 하구요 어른들은 계속 남아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당시의 무용담을 나누며 밤을 지새기도 하죠. 그러다가 대화에 지친 사람들은 성전으로 찾아가 기도를 하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유월절 식사를 마치고 성전을 지나쳐 성전 바로 옆에 있는 겟세마네 동산에 가서 기도를 하신 것입니다.
마가복음 14장 12절에 보면 '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의 양 잡는 날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당시의 유월절에는 예루살렘 곳곳에서 양의 울음소리와 양을 잡는 소리 그리고 양의 피비린내가 예루살렘 성안을 진동하곤 했었습니다.
지금도 예루살렘의 올드시티에 가면 양의 문이라고 하는 성문이 있습니다. 성문 벽에 사자의 모양이 조각되어 있다고 해서 라이언 게이트라고도 하구요 또 바로 그 문 앞에서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었다고 해서 스데반 게이트 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이 양의 문 주변이 바로 예수님 당시에 양을 잡았던 장소라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져 있는 것입니다.
4.
AD70년 예루살렘의 중앙에 있는 성전이 로마에 의해서 파괴되고 무너진 뒤에 유대인들은 하나님께 양을 제물로 받칠 제단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하나님께 제물을 받치는 제사가 중단 되었는데요 놀랍게도 아직까지 그 희생제사를 받치는 곳이 이스라엘에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사마리아죠.
사마리아는 현재 이스라엘의 나불루스 안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나불루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나 헤브론 여리고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입니다. 나불루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중에서도 강경파 팔레스타인 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이스라엘 군대와 자주 충돌을 하고 그래서 국제 뉴스에서도 분쟁의 현장으로 자주 보도 되는 곳이죠. 언젠가는 나불루스 안에 있는 기독교 성지와 교회들이 강경파 팔레스타인 들에 의해서 불에 타 버리기도 했었습니다.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이곳 나불루스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까다로운 검문 검색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나불루스인데 이곳이 성경에서 얘기하는 바로 세겜지역입니다. 이 안에 들어가면 세겜 도시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그리심산 오른쪽에는 에발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심산 꼭대기에 바로 사마리아 사람 6백여명이 아직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죠. 이 사마라이 사람들이 수천년동안 아직까지 원래의 희생제사 방식을 고집하며 매년 유월절이 되면 희생제사를 드리고 있는 것이죠.
이들의 희생제사 방식은 그야말로 구약시대때 그리고 예수님 당시의 희생제사 방식을 하나도 변형되지 않고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연구하고 성경고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겐 많은 관심을 갖게 하고 있으며 또 매년 유월절 때 이들이 진행하는 희생제사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찾아오는 전세계 사람들로 그리심산은 인산인해를 이루게 됩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라서 외부인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도 특별히 유월절 희생 제사 때만큼은 외부인의 출입을 관대하게 허용을 합니다. 너무나 많이 몰려 들어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죠.
저는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한번도 유월절에 행해지는 이들의 희생제사를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유월절이 지난 뒤에 방문해서 제가 직접 그 희생제사를 드렸던 현장을 가 보았을 땐 조금 의아스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희생제물을 받치던 제단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마치 바비큐를 하기 위한 그릴과 같다고 할까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내려다 볼 수 있을 수 있도록 마련한 스탠드가 사방으로 둘러 쌓여 있고 그 가운데 바닥엔 지름 약 1m의 넓은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이 바로 양을 태울 수 있는 장작을 넣는 곳이구요 그 구멍위에 철근으로 가로 세로 격자 모양으로 설치해 놓았습니다. 이런식의 구멍과 철근은 두 개였는데요 하나는 양을 올려 놓고 태우는 곳 또 한군데는 양의 내장을 태우는 곳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양을 잡고 각을 떠서 불에 태워 희생제사를 드리는 것이죠.
이 장소를 촬영한 사진을 역시 제가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올려 놓겠습니다. 찾아와서 눈으로 직접 보시면 어느 정도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해마다 유월절이 되면 그리심산 정상에서 벌어지는 희생제사 예식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더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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