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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임플란트(덤니) 이야기 조회수 : 149
  작성자 : 박재준 작성일 : 2026-01-26

                                  임플란트(덤니) 이야기

예로부터 우리는 치아를 신체오복(身體五福) 중 최고로 꼽았다. 그것은 인생 여정에 함께할 필수요소이므로 잘 관리하라는 경구(警句)이기도 하다. 소싯적에 나는 젖니를 내 손으로 다 뺐다.

어느 것이든 먼저 흔들리기 시작하면 차례로 빼기 작전에 돌입한다. 먼저 혀끝으로 타겟을 정조준 한 뒤 수시로 앞뒤로 밀고 당긴다. 신나면 손으로 가끔 흔들어 주기도 한다. 보통 며칠 지나면 제법 건들건들하게 되고 디-데이(D-day)를 잡아 손으로 밀쳐 빼고는 야호하고 쾌재를 부른다. 집안이면 다행이고, 바깥이면 종이에 잘 싸서 보관했다가 집에 도착하지마자 곧바로 사랑채 지붕 위로 내던진다. 어른들의 가르침대로 영구치가 잘 나게 해 달라는 일종의 주술(呪術)행위인 셈이다. 이빨 무덤인 초가지붕은 해마다 새로 엮은 이엉으로 덮으니 반영구적이다.

뽑힌 이빨을 고이 모시는 이유는 아마도 유교사상에서 유래된 전통이 아닐까 한다. 효경(孝經)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이제 와서 더 알려 해도 속 시원하게 답해 줄 어르신마저 우리 곁에 없으니 못내 섭섭할 뿐이다.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긴다.

다행히 영구치는 가지런히 잘 났었다. 하지만 구강관리는 낙제점이나 다름없었다. 그 흔한 스케일링 한 번 안 했고, 직장 내 연례 정기검진 때 입 딱 벌리고 점검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큰 탈은 없었으니 그저 타고난 복에 감사할 따름이다.

한전을 퇴직할 때(1998)까지 영구치는 잘 버텨 주었고 별도 치료나 처방도 받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환갑 즈음에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부분 틀니로 버티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작당이라도 했는지, 대문짝 앞니 두 개가 동시에 탈락하고부터는 도미노현상같이 떼거리로 무너져갔다.

이빨 무덤 구실을 해 온 초가지붕도 전국적으로 시행된 새마을 사업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그 후로는 발치(拔齒,이빨빼기)를 오로지 치과의사 손에만 맡겼다. 희망의 끈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젖니, 영구치, 의치(義齒), 임플란트 순으로, 사람들이 대부분 가는 그 길을 나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780년간 잘 버텨 주어 하늘 복(은혜) 많이 누린 것에 늘 감사한다.

얼마 전에 마지막 남은 어금니마저 빠져임플란트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막장이다! 의사의 권고대로 아래쪽 기둥 2개를 심고 3개월의 아무는 기간을 거쳐 착탈식(일명 똑딱이)으로 고정하는 식이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평생 2개까지 의료보험에서 70%를 지원한다니 일단은 고맙기도 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했던가. 치아회복을 위해서는 최소 아래위 합쳐 최소 4개는 심겨져야 한다. 마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 듯 상하악(上下顎)이 부딪쳐야만 온전한 저작(咀嚼, *기)이 이뤄지기 때문 이다. 노인의 건강수명을 위해 국가가 전향적으로 대처한다면, 품위 있는 여생을 제공함과 동시에 사회적 비용도 줄이는 선순환(善循環) 효과가 지대할 것이다.

과학의 발전과 의료분야 최첨단 장비 개발로 인공 의치인 임플란트가 탄생된 덕분이다. 좌우지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렇게도 우리의 선조들이 꿈꿨던 오복을 마음껏 누리며 으로 사는 인생.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이참에 발음하기도 어려운 외래어 임플란트대신 순우리말 덤니로 순화하면 어떨까?

                                                   2026. 01. 26 박재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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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박재준2026.01.26 16:08
본 수필은 2025년 12월 31일 울산제일일보에 실린 것으로 새해 마수걸이였다.
재미로 보시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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